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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드라마 [눈사람] 세상이 돌을 던지는 사랑


드라마 [눈사람]



2003.01.08~2003.03.06


내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김도우의 첫 장편 드라마입니다.

방영 당시 처제와 형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형부를 사랑하는 처제 서연욱 역은 공효진이 맡았습니다.

공효진은 눈사람 이후,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파스타, 최고의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로맨스물로 우리에게 공블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고지순한 아내 바보 한필승 역은 조재현이 열연했습니다.

강력계 형사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아내와 처제를 항상 걱정하는 의외로 다정한 역할입니다.

자신을 남자로 보는 처제때문에 곤란하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연욱의 유일한 핏줄인 서연정 역은 오연수가 맡았습니다.

착한 언니, 좋은 아내, 그리고 직장에서는 베테랑 스튜어디스까지 만능인 역할입니다.

결혼 후, 남편에 대한 동생의 마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지만 결국 동생을 용서합니다.

연욱을 사랑하는 차성준 역은 김래원이 맡았습니다.

김래원이 해바라기나 강남 1970, 펀치 등에서 굵직한 연기로 인상을 남겼지만, 원래 능글능글한 역을 잘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故 정다빈과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나 국민여동생 문근영과 호흡을 맞춘 영화 어린신부를 보시면 김래원의 찰떡연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워낙에 파격적인 소재로 말이 많았지만 드라마 OST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바로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입니다.


간단하게 드라마 소개를 해볼까요?



고등학생인 연욱은 스튜어디스인 친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눈 앞에서 돌아가신 이후, 언니가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던 연욱은 그런 언니가 왠 형사랑 결혼을 한다는게 달갑지 않습니다.

한편 강력계 형사 필승은 제주도에서 용의자를 잡아 서울로 연행하던 중, 용의자가 난동을 피우게 됩니다.

그 사고로 스튜어디스 연정이 다치게 되고, 필승은 연정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 후 연정에게 지속적으로 대쉬하여 연정의 마음을 얻게 되지만, 연정과 결혼을 하려고 보니 연정의 하나뿐인 동생 연욱이 말썽입니다.


필승은 연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연욱도 그런 필승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갑니다.

마침내 연정과 필승은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연정과 필승, 연욱은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됩니다.

연욱은 필승을 보며 경찰의 꿈을 키우게 되고, 마침내 시험에 합격해 경찰이 됩니다.


한편, 부잣집 도련님인 성준은 사고로 연욱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반하게 됩니다.

연욱의 천방지축 발랄함에 점차 빠져들던 성준은 결국 연욱과 사귀게 됩니다.

연욱은 성준을 그저 가볍게 생각하지만 성준은 연욱을 깊이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의 미래까지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연욱은 점차 자신이 경찰이 된 이유가 필승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필승에게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연욱은 혼란스럽고, 언니를 질투하는 자신이 싫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승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는 연욱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형부에게 들키고 맙니다.

필승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처제의 마음을 당연히 받아줄 수 없습니다.

그런 두 사람을 곁에서 보는 연정은 연욱의 태도에 혼란을 느끼고, 마침내 연욱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연정은 필승의 아이를 임신하고 연욱은 자신의 마음을 접기로 결정합니다.

연정 또한 연욱을 용서하고 셋, 아니 넷은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연정은 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고, 연욱과 필승에겐 조카이자 아들인 준영만이 남습니다.

언니를 잃고 힘들어하는 형부의 곁에서 조카도 챙기고 형부도 챙기느라 바쁜 연욱을 성준은 점점 질투하게 되고, 그도 결국은 연욱의 마음을 알고 맙니다.

결혼도 안한 처제가 언니 없는 형부집에 자꾸 드나들자 소문이 무서웠던 필승의 가족은 연욱에게 압박을 합니다.

하지만 형부도 조카도 포기할 수 없는 연욱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모두에게 고백해버리고 맙니다.

자신을 다그치는 성준에게 "누구도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없어.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건 오직 우리 언니뿐이야. 하지만 언니는 용서했어." 라며 맞서고, 변하지 않는 연욱의 마음을 깨닫게 된 성준은 물러나게 됩니다.


필승은 결국 연욱, 준영과 함께 지방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애인으로 여기기보다 형부와 처제로 여기며 살게 되는 느낌으로 드라마는 끝나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연욱의 사랑을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분류하고 표현합니다.

또한 필승의 마음 속에 영원히 연정이 남는 것으로 이 드라마는 그 당시 정서(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를 이해시키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도 처제가 형부를 사랑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연욱은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커서는 언니까지 잃게 되어, 남은 핏줄은 조카 준영 뿐입니다.

그런 준영과 함께하기 위해 필승과 지방으로 내려가는 연욱을 보며, 필승의 삶도 참 안타깝다 싶었습니다.

연정만을 사랑하는 필승이 처제와 아들과 함께 살면서 새로운 시작도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는 차성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욱이 무엇을 하든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진정한 해바라기 차성준은 연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를 씁니다.

하지만 결국 연욱을 보내주는 것이 그녀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그의 사랑이 참 불쌍하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세상이 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드라마 [눈사람] 이었습니다.